시절인연
몇 십년 간의 현생에서의 인연은 끝이 났다.
지난 토요일.
나의 모친의 생인으로 가족모임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낮에 남의편의 모친이 상태가 좋지 않다는 연락을 받았다.
저녘식사모임에 잠시 참석했다가 부랴부랴 그녀의 병원으로 향했다.
밤이라 안그래도 밤눈이 어두운데, 비까지 내려 도로의 시야가 정말 좋지 않았다.
도착 예정 시간보다 30여분 정도 늦게 도착했는데, 거의 밤 10시가 다 되었다.
남의편의 모친의 상태는 어제보다는 숨쉬는 것이 약간 편안해 보였는데,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손을 잡아보니 혈액순환이 마지막으로 되고 있는지 따뜻했다.
당장 이별은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나는 집으로 아이들은 본인들의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새벽 3시였다.
아침까지 잠을 자다가 눈을 떠보니 오전 10시였다.
일어나 씻고 점심을 준비해 남의편과 먹고 있는데, 남의편의 형제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바로 와봐야 할 것 같다고...
숟가락 내려놓고 바로 출발했다.
설마 오늘 임종하시는 건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고속도로에 올라탄지 40여분쯤이 흘렀을 때, 임종하셨다고 연락이 왔다.
우리 둘다 아무 말이 없는 채로 1시간 가량을 그냥 있었다.
남의편은 울먹울먹하는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하니 그녀는 영안실에 안치된 상태였고, 형제들이 모여 장례 관련해서 의논중이었다.
남의편이 동생이 상조에 가입한 상태라서 상조회사에서 나와서 장례와 관련된 모든 진행을 하는 것 같았다.
장례식장에 빈소가 꽉 차서 예비 공간에서 첫날은 조문객을 받았는데, 다행히도 몇 분 오시질 않았다.
올초에 취업한 조카의 회사에서 보내온 작은 화환과 조문시 식사대접에 사용될 일회용 식기류가 도착했다.
첫 날은 그렇게 보내고 둘째날은 상복을 갈아입고 입관실에서 수의를 입은 그녀를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사실 눈물이 하나도 나지 않을 꺼라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저 멀리 깊숙한 곳에 쌓여 있던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어차피 이렇게 이별하는 순간이 올텐데, 뭘 그리 안 보고 안 궁금해 하며 살았을까 싶었다.
눌려있던 감정이 폭발해서 울음이 그치질 않았다.
둘째날 오전은 그렇게 보내고 오후나 되어서야 조문객을 받으며 진정이 되어 정신없이 보냈다.
나의 형제들과 어머니도 서로 시간을 맞추어 먼길을 달려와 주셨다.
참 고마웠다.
그도 고마워 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 발인 하던날 원주에 있는 화장장으로 이동했다.
화장장 내부 직원들이 번호 순서대로 화장장 안으로 관을 바로 집어 넣었다.
나의 부친 때는 화장장 안으로 관을 넣기 전에 잠시 이별의 시간을 주었는데 원주 화장장은 그럴 시간을 주지 않았다.
아마도 화장해야할 관이 밀려들어오니 그랬던 것 같다.
마지막 슬픔의 눈물을 흘릴 새 없이 한 시간여를 대기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평온한 상태로 기다렸다.
참, 인생 별거 있는 것 처럼 살다가도 죽는 순간과 그 이후는 별거 없는 것 같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죽음이며, 이 세상 모든 것들과의 인연의 끝이 날테니, 나의 남은 시간들을 최대한 주변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관계까지는 아니어도 나쁜관계는 남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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